프롤로그
조금 늦은 나이에 시작한 대학 생활은 예상외로 나에게 많은 추억과 즐거움을 안겨 준 시간이었다.
한번은 중간평가 과제를 엉뚱한 다른 과목에 업로드하여서 0점 처리된 웃픈 사연도 있었고, 또 한번은 미리 80% 정도 완성해 놓은 과제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다시 작성하다가 바탕화면에 빼놓은 것을 발견하고는 기뻐한 경험도 있었다.
다만 어이없게도 이 두 사건은 모든 학사 시스템에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4학년 졸업을 앞두고 벌어진 일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좀 머쓱해진다.
1학년 1학기는 내내 ‘내가 왜 이 짓(?)을 시작했을까?’ 후회했었다. 그러다 생각보다 잘 나온 학점 때문에 다시 용기를 내어 심기일전했고, 그 결과 어떤 학기에는 전액 성적우수장학금을 받기도 했다.
이렇게 우여곡절의 시간을 지나 졸업을 앞둔 시기가 되자 나는 나 스스로가 무척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느껴졌다.
누군가 문만 한 번 ‘쾅’ 닫고 나가도 방금 공부한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탓에, 반복 또 반복하며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. 대학 입시생도, 취업 준비생도 아니었는데 말이다.
그래서 이번 기회에 나 자신에게 근사한 졸업 선물을 하나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, 그 선물을 상상하는 일은 일상에서 또 하나의 소박한 즐거움이었다.
하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선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. 고작해야 2박 3일 정도의 국내 여행이나, 36개월 무이자할부로 살 수 있는 눈여겨본 명품 하나 정도였다.
그런데 왠지 둘 다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.
첫째, 나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. 진짜 가고 싶은 곳은 경비가 너무 비싸고, 마땅히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도 없다.
둘째, 만일 내가 사고 싶었던 명품 하나를 36개월 무이자할부로 구매했다 하더라도, 처음 한 달여 정도만 행복하고, 나머지 35개월은 후회와 부담감으로 살아갈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.
그러던 중, 나는 정말 기적처럼 e-book 제작과정에 관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, 태어나서 처음 내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여 시중 서점에 유통하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.
초기 자본은 열정과 노트북과 커피 한 잔 정도면 충분했다.
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이번 작품 ‘A self ceremony book’을 나에게 주는 선물로 출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렇게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.
작품을 준비하면서 ‘적당한 부담감’과 ‘기분 좋은 스트레스’를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.
마침내 이야기는 그 모습을 드러냈고, 내가 왜 이 책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면서 이토록 행복해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앞으로 펼쳐질 것이다.
‘그 아이’와 ‘현재의 나’와의 합작으로 만들어 낸 이번 작품이 지금부터라도 꿈을 꾸며, 이루며, 발견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어떤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.
작가소개
저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.
현재는 ‘50세부터 시작된, 내가 나를 키우며, 나로 살아가는 이야기’라는 주제로,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삶을 공유하고자 1인 출판사(e-book) 「하프백출판」을 운영 중입니다.
50세에 시작한 4년간의 학사일정을 소화하는 동안, 딸이 결혼하였고, 손녀도 생겼습니다. 그러나 저자의 가장 두드러진 정체성은 1mm씩이라도 날마다 성장하는 ‘살아있는 나’가 되고 싶다는 점입니다.
마침내 평생의 숙원 같았던 학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고, 그 기념으로 이번 작품 ‘A Self Ceremony Book’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.
다른 저서로는 「다시봄, 볼빨간갱년기」, 「볼빨간갱년기의 옛날일기장」 등이 있습니다.